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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도 평가의 권력화

by light&salt 2025. 6. 28.
감시가 서비스의 일부가 된 사회. 만족도 평가의 권력화

 

 

그 감시는 기술을 통해 구조화되고, 점점 더 감정이 아닌 수치로 환산된 순응하는 노동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한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핵심은 후기 시스템이다. 사용자 후기, 별점, 평가 점수는 소비자가 경험한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는 창구인 동시에, 노동자의 평판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감시 체계로 작동한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피드백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객이 관리자, 판사, 고용주 역할까지 맡게 되는 권력 구조다.

예컨대, 배달 라이더가 단 한 번 실수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자동으로 비추천 대상이 되어 고수익 지역의 주문이 제한된다. 차량 호출 기사 역시 승객에게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이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노동자를 평가하고, 플랫폼은 이 데이터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제재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노동자는 고객의 기분에 따라 플랫폼 내 지위를 잃을 수 있고, 이는 감시와 응징의 권력을 고객에게 위임한 셈이다.

더욱이 이 감시는 녹음·촬영·이동 경로 추적 등 기술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연결되어, 플랫폼은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일상화된 감시를 정당화한다. 결국 우리는 서비스 이용자가 되는 동시에, 플랫폼이 설계한 감시의 일부가 된다. 그 감시는 기술을 통해 구조화되고, 점점 더 감정이 아닌 수치로 환산된 순응하는 노동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한다.


1. 불만의 권리가 지배의 도구가 될 때. 고객 권한의 비대화 문제

고객은 왕이다는 개념을 한층 더 강화시킨 구조로, 소비자는 플랫폼 상에서 노동자를 처벌하거나 보상을 유도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을 지닌 준 관리자가 된다.

 

현대 플랫폼 경제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서비스 이용자가 항상 옳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삼는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에서의 고객은 왕이다는 개념을 한층 더 강화시킨 구조로, 소비자는 플랫폼 상에서 노동자를 처벌하거나 보상을 유도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을 지닌 준 관리자가 된다.

문제는 이 권한이 종종 비례성 없이 행사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이 늦게 왔다며 배달원에게 별점 1점을 부여하는 행동은, 날씨·교통·시스템 오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이 불만을 시스템 상 서비스 실패로 처리하고, 곧장 배달원에게 불이익을 준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노동자의 처벌을 중개 없이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감시자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의견 표현을 넘어선다. 후기와 별점은 기술적으로는 자율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서비스 종사자에게 생계를 위협하는 통제력을 행사하는 도구가 된다. 고객은 감정적 불만, 혹은 편견에 근거해 평가를 남길 수 있고, 플랫폼은 이를 사실로 간주하여 처분을 내린다. 결국 이 구조는 불만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의 권력을 통한 지배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고객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감정노동, 과잉 친절, 자존감 하락을 감내하게 되며, 그 관계는 평등한 서비스 거래라기보다는 감시받는 피고용자 vs 채점하는 소비자라는 권력 구조로 고착된다. 불만의 권리는 곧 처벌 권한으로 전이되고,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성립된다. 

 

2. 평가의 자동화, 인간성의 비가시화. 점수 사회의 그림자

그 안에서 개성과 배려, 창의성과 전문성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높은 점수를 위해 훈련된 반응적 인간뿐이다. 이는 단지 감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노동을 기계적으로 추출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탈인간화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은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동화된 점수화 시스템을 설계한다. 배달원, 운전기사, 프리랜서,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은 평점, 응답속도, 취소율, 고객 피드백 등 수치화된 지표로 관리된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노동자의 전인적 성과나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량적 평가로 축소된 인간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돌보는 플랫폼 노동자가 돌발 상황에서 따뜻하게 대처했더라도, 고객이 불만족한 사소한 이유(로 낮은 점수를 주면 시스템상 부적격자로 분류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적 요소, 정서적 배려, 비언어적 신뢰 등은 점수화되지 못하는 가치로 남아 버린다.

게다가 자동화된 알고리즘은 노동자의 항변이나 해명 없이 결정적인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 평점이 기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계정이 정지됩니다라는 메시지 한 줄이 경고 없이 해고와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이 구조 속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노력, 전문성을 정량화된 수치 앞에서 증명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결국 플랫폼 감시 구조는 인간 노동의 가치를 수치로 환산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구축되며, 노동자는 끊임없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표준화된 행동만을 반복하게 된다. 그 안에서 개성과 배려, 창의성과 전문성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높은 점수를 위해 훈련된 반응적 인간뿐이다. 이는 단지 감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노동을 기계적으로 추출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탈인간화라고 볼 수 있다.

 

3. 소비자의 윤리적 책임. 감시자와 사용자 사이의 경계는 가능한가

소비자는 단순한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감시자·평가자·처벌자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단순한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감시자·평가자·처벌자로 기능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자신이 그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후기 한 줄, 별점 하나가 누군가의 일당, 계약 유지, 혹은 계정 삭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구조적 함의가 비가시화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윤리적 감수성이다. 단지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는가를 넘어서, 그 불만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후기에서 문제를 지적하되 감정적 언어나 모욕적 표현을 피하고, 플랫폼이 아닌 노동자와 직접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열려야 한다.

또한 플랫폼 자체에도 고객 권한을 감시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리뷰 남기기 전에 한 번 더 숙고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 설계, 부당한 낮은 평가에 대해 노동자가 반박할 수 있는 제도, 감정적 평가와 객관적 서비스 품질을 구분해내는 데이터 처리 방식 등이 그 예다. 이것은 노동자의 인권 보호 차원을 넘어서, 플랫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감시는 항상 권력이다. 그리고 이제 소비자는 그 권력을 가진 존재로 기능하고 있다. 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인간을 점수화하고, 응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감시자이자 소비자. 이 이중 역할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단지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노동 구조와 인간 관계를 지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