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가 법보다 먼저 판결한다.
오늘날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정보 소비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정렬에 기반한다. 좋아요 수, 조회수, 댓글 반응, 시청 시간, 클릭률 등으로 구성된 이 데이터는 ‘가치 있는 정보’의 정의를 자동화된 수치로 환산한다. 이러한 수치 기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을 옳다고 여길지를 예측하고 공급하며, 점차 인간의 주관적 도덕 판단 영역까지 침투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사회적 합의나 도덕철학의 고민 없이도 판단 기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혐오 발언이 담긴 영상이 자극적인 이유로 높은 반응을 얻고,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되는 경우, 기계는 이를 인기 있는 콘텐츠로 간주한다.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는 추천받은 콘텐츠를 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이라 판단하게 된다.
이처럼 추천 알고리즘은 판단의 기준을 반응성으로 환원시키며, 도덕적 옳고 그름의 경계를 흐린다. 오히려 사람들은 더 이상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하지 않고, 무엇이 많이 보여지는가를 근거로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플랫폼은 도덕적 판단을 수치화하고, 그 수치가 다시 사회 규범을 대체하는 회로를 형성한다. 이는 법이나 윤리가 아닌, 데이터 기반 감정 구조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1. 무엇을 볼지는 네 책임이 아니다. 도덕적 선택의 외주.
알고리즘은 사용자로 하여금 더 이상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이는 곧 비판적 사고의 퇴화를 초래한다.
우리는 흔히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플랫폼이 보여주는 콘텐츠 안에서만 선택이 이뤄진다. 유튜브의 자동재생, 넷플릭스의 추천 큐레이션,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의 For You 페이지 등은 사용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영역 자체를 제한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인의 도덕적 숙고나 정보 감별 능력이 약화된다. 추천 시스템은 이건 당신이 좋아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개인의 판단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판단 능력을 외주화시키는 구조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알고리즘은 사용자로 하여금 더 이상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이는 곧 비판적 사고의 퇴화를 초래한다.
특히 뉴스나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콘텐츠의 경우, 사용자는 더 이상 팩트인지 아닌지, 왜 이 말이 문제가 되는지를 분석하기보다, 플랫폼이 골라주는 정보의 흐름에 탑승한다. 이 과정은 철저히 인기와 관심 기반의 필터링을 따르며, 도덕적 균형감이나 소수 의견의 가시성은 점점 더 축소된다.
결국 우리는 윤리적 판단의 능동성을 포기하고, 알고리즘이 좋다고 간주한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에 익숙해진다. 이 구조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묻지 않게 되며, 도덕적 선택은 개인의 내면이 아닌 외부 알고리즘에 의존한 판단 체계로 전환된다.
2. 알고리즘의 추천은 중립이 아니다: 코드 속 가치 판단의 내재화
실상 알고리즘은 누가 어떤 목적을 갖고 설계했는가에 따라 편향과 가치 판단을 내포한 코드일 뿐이다. 알고리즘은 설계자와 플랫폼의 이익, 정치적 방향성, 사용자 유도 목적에 따라 어떤 콘텐츠를 부각시키고 어떤 콘텐츠를 숨길지를 결정한다.
많은 이들은 알고리즘이 객관적이라 믿는다. 감정을 갖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인간보다 더 공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 알고리즘은 누가 어떤 목적을 갖고 설계했는가에 따라 편향과 가치 판단을 내포한 코드일 뿐이다. 알고리즘은 설계자와 플랫폼의 이익, 정치적 방향성, 사용자 유도 목적에 따라 어떤 콘텐츠를 부각시키고 어떤 콘텐츠를 숨길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2018년 알고리즘 변경을 통해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우선순위로 설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극단적인 감정 반응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더욱 증폭시켰다. 플랫폼이 중요시한 참여율이라는 지표는 오히려 혐오, 분노, 혐의 제기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 많이 퍼지게 하는 구조적 원인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천의 방식이 사회의 도덕 감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튜브가 보수적 정치 콘텐츠를 더 추천하면, 사용자 커뮤니티 전체가 그 정치 성향을 대세로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사회적 의제와 가치 판단 기준이 알고리즘의 설계 방향성에 따라 조정된다.
즉, 알고리즘은 단지 정보를 정렬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담론 생산기계다. 이는 플랫폼이 사법 기관처럼 도덕적 정당성의 유통을 결정하는 디지털 심판자가 되어버렸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 심판자는 투명하지 않으며, 책임지지도 않는다.
3. 대체된 윤리, 회복 가능한가? 알고리즘 시대의 도덕 주권 회복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윤리적 자동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저항이 필요하다.
추천 시스템이 도덕적 판단을 대체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반응하는 존재로 점점 더 학습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아닌 존재이며, 삶은 수치화할 수 없는 복잡한 윤리적 고민 위에 세워진다. 따라서 우리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윤리적 자동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저항이 필요하다.
첫째, 기술 설계자와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이 사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콘텐츠 추천은 단지 상품이나 영상의 노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도덕 규범의 정렬 순서를 결정하는 행위다. 이에 따라 알고리즘의 설계 원칙을 공개하고, 사회적 논의에 기반한 조율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용자는 도덕적 선택의 자율성을 회복하려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미디어 교육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윤리적 훈련이다. 추천된 정보의 근거를 따져보고, 다른 관점의 콘텐츠를 스스로 찾으며, 플랫폼이 보이지 않게 설계한 ‘다른 가능성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셋째, 공공 영역은 플랫폼 알고리즘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감시와 규제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비윤리적 작동 방식이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을 추적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 의견이 배제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정보 유통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맞이한 현실은 단순히 기계가 똑똑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도덕성 자체가 아웃소싱되고 있다는 문제다. 이 상황에서 진짜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왜 이 정보를 보고 있는가? 이 판단은 진짜 내 것인가? 알고리즘 시대의 윤리는 결국, 다시 스스로 판단하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