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 후원은 이제 행위가 아닌 표시가 되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증명보여주는 자선은 진정성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신뢰 지분 확보 전략으로 변질되며,윤리란 점점 더 커뮤니케이션 자산으로 치환된다. 디지털 시대의 자선은 점점 더 행위보다 보여주는 행위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예전에는 기부나 후원이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SNS, 스트리밍 플랫폼, 펀딩 서비스 등에서 후원은 공개 인증을 동반하며, 일종의 사회적 통화처럼 기능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누구누구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오늘 수익의 일부를 ○○단체에 기부했습니다 같은 문구는 실제 도움의 내용보다 그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사회적으로 표시하는 데 집중된다. 이러한 공개 후원 문화는 기부의 윤리적 가치를 개인의 브랜드화 전략과 연결시킨다. 후원은 이제 단순한 선.. 2025. 7. 3. 증거가 관계의 기준이 되는 시대 기억은 믿지 않는다. 증거가 관계의 기준이 되는 시대 디지털 증거주의는 단지 정보 정리 방식이 아닌, 관계의 권력 구조와 정서적 작동 원리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 인간관계는 대부분 구술적 기억과 감정적 신뢰에 기반해 유지되었다. 말과 표정, 경험이 축적되며 쌓여온 관계는 흔히 신뢰라는 이름의 정서적 계약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관계의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기억보다 기록을 신뢰하며, 타인의 진심이나 일관성을 판단할 때에도 말보다는 캡처, 통화 녹음, 메신저 기록을 근거로 삼는다.이는 단지 정보 보존의 기술 변화가 아니라, 관계 신뢰의 판단 방식이 바뀌는 현상이다. 내가 그 말을 들었어라는 주관적 기억은 증거 있어?라는 요청 앞에서 무력해진다. 증거주의는 관.. 2025. 7. 3. 알고리즘의 감정 구조화 좋아요가 법보다 먼저 판결한다. 오늘날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정보 소비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정렬에 기반한다. 좋아요 수, 조회수, 댓글 반응, 시청 시간, 클릭률 등으로 구성된 이 데이터는 ‘가치 있는 정보’의 정의를 자동화된 수치로 환산한다. 이러한 수치 기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을 옳다고 여길지를 예측하고 공급하며, 점차 인간의 주관적 도덕 판단 영역까지 침투한다.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사회적 합의나 도덕철학의 고민 없이도 판단 기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혐오 발언이 담긴 영상이 자극적인 이유로 높은 반응을 얻고,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되는 경우, 기계는 이를 인기 있는 콘텐츠로 간주한다.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는 추천받은 콘텐츠를 .. 2025. 7. 1. 정보 사회에서 보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검색은 곧 존재의 증명인가?정보 사회에서 보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현대 사회에서 검색된다는 것은 곧 존재의 증명이자 사회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검색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포스팅하며, 심지어 과거를 확인하기 위해 로그를 뒤진다. ‘검색 가능한 인간’은 곧 기록 가능한 인간이며, 디지털 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통해 사회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검색이 불가능한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한다.구직 과정에서도, 소개팅 전에도, 심지어 협업을 앞둔 순간에도 우리는 상대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한다. 검색 결과가 없으면 뭔가 수상하다거나, 비전문적이다라는 인상을 받는다.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 사적 공간이 아니라 공공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2025. 7. 1. 기술 미숙에 따른 자기 위축의 구조 모른다는 게 죄처럼 느껴질 때. 기술 미숙에 따른 자기 위축의 구조 디지털 환경에서 노년층은 기술 사용의 미숙함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기 쉽다. 이들은 종종 스마트폰의 앱 사용법, SNS 기능, 화상회의 플랫폼, 인증 절차 등에 익숙하지 않아 곤란을 겪는데, 문제는 기술적 미숙이 사회적 열등감으로 빠르게 전이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용 못함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낙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이 과정은 노년층에게 질문하기 두려움과 말실수 공포를 유발한다. 단체 채팅방에서 메시지를 잘못 보내거나,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요 대신 화남을 누르는 작은 실수도 스스로에게 수치심을 야기한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가 짜증 내거나 무시하는 반응을 경험한 뒤에는 아예 온라인 발화를 중.. 2025. 6. 28. 만족도 평가의 권력화 감시가 서비스의 일부가 된 사회. 만족도 평가의 권력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핵심은 후기 시스템이다. 사용자 후기, 별점, 평가 점수는 소비자가 경험한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는 창구인 동시에, 노동자의 평판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감시 체계로 작동한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피드백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객이 관리자, 판사, 고용주 역할까지 맡게 되는 권력 구조다.예컨대, 배달 라이더가 단 한 번 실수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자동으로 비추천 대상이 되어 고수익 지역의 주문이 제한된다. 차량 호출 기사 역시 승객에게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이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노동자를 평가하고, 플랫폼은 이 데이터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제재하는 구조를 .. 2025. 6. 28.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