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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감정 구조화 좋아요가 법보다 먼저 판결한다. 오늘날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정보 소비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정렬에 기반한다. 좋아요 수, 조회수, 댓글 반응, 시청 시간, 클릭률 등으로 구성된 이 데이터는 ‘가치 있는 정보’의 정의를 자동화된 수치로 환산한다. 이러한 수치 기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을 옳다고 여길지를 예측하고 공급하며, 점차 인간의 주관적 도덕 판단 영역까지 침투한다.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사회적 합의나 도덕철학의 고민 없이도 판단 기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혐오 발언이 담긴 영상이 자극적인 이유로 높은 반응을 얻고,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되는 경우, 기계는 이를 인기 있는 콘텐츠로 간주한다.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는 추천받은 콘텐츠를 .. 2025. 7. 1.
정보 사회에서 보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검색은 곧 존재의 증명인가?정보 사회에서 보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현대 사회에서 검색된다는 것은 곧 존재의 증명이자 사회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검색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포스팅하며, 심지어 과거를 확인하기 위해 로그를 뒤진다. ‘검색 가능한 인간’은 곧 기록 가능한 인간이며, 디지털 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통해 사회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검색이 불가능한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한다.구직 과정에서도, 소개팅 전에도, 심지어 협업을 앞둔 순간에도 우리는 상대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한다. 검색 결과가 없으면 뭔가 수상하다거나, 비전문적이다라는 인상을 받는다.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 사적 공간이 아니라 공공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2025. 7. 1.
기술 미숙에 따른 자기 위축의 구조 모른다는 게 죄처럼 느껴질 때. 기술 미숙에 따른 자기 위축의 구조 디지털 환경에서 노년층은 기술 사용의 미숙함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기 쉽다. 이들은 종종 스마트폰의 앱 사용법, SNS 기능, 화상회의 플랫폼, 인증 절차 등에 익숙하지 않아 곤란을 겪는데, 문제는 기술적 미숙이 사회적 열등감으로 빠르게 전이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용 못함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낙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이 과정은 노년층에게 질문하기 두려움과 말실수 공포를 유발한다. 단체 채팅방에서 메시지를 잘못 보내거나,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요 대신 화남을 누르는 작은 실수도 스스로에게 수치심을 야기한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가 짜증 내거나 무시하는 반응을 경험한 뒤에는 아예 온라인 발화를 중.. 2025. 6. 28.
만족도 평가의 권력화 감시가 서비스의 일부가 된 사회. 만족도 평가의 권력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핵심은 후기 시스템이다. 사용자 후기, 별점, 평가 점수는 소비자가 경험한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는 창구인 동시에, 노동자의 평판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감시 체계로 작동한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피드백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객이 관리자, 판사, 고용주 역할까지 맡게 되는 권력 구조다.예컨대, 배달 라이더가 단 한 번 실수로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자동으로 비추천 대상이 되어 고수익 지역의 주문이 제한된다. 차량 호출 기사 역시 승객에게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이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노동자를 평가하고, 플랫폼은 이 데이터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제재하는 구조를 .. 2025. 6. 28.
디지털 기술 문해력의 계급화 기기를 가졌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 기술 문해력의 계급화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기존 논의는 주로 누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갖고 있는가, 누가 와이파이에 접속 가능한가와 같은 물리적 조건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불평등은 기기 보유 여부보다 그것을 얼마나 능숙하게, 비판적으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를 흔히 디지털 문해력이라고 부르며, 이는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정보를 찾고, 선별하고, 분석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포함한다.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나 저소득층 청소년이 많지만, 이들이 뉴스 앱을 설치하거나 보안 설정을 이해하거나, 클라우드 저장 방식, 온라인 설문 참여, 구글 드라이브 공유, 공공서비스 앱 이용 등을 원활히 수행.. 2025. 6. 28.
디지털 거리두기의 신호 체계 바로 답장하지 않기’의 규범화. 디지털 거리두기의 신호 체계상대방에게 일정한 감정적 거리감을 설정하는 방식이다.오늘날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즉시 응답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심리적·사회적 맥락에서는 즉답이 반드시 이상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특히 연애 초반, 친구 간 감정 탐색, 또는 업무 외 관계에서는 바로 답장하지 않기가 일종의 예의, 혹은 전략적 간격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일정한 감정적 거리감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즉답은 상대방에게 나는 너에게 전적으로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지만, 때때로 이는 과도한 몰입이나 조급함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지연된 답장은 자기 삶의 독립성을 시사하거나, 상대방에게 ‘당신의 메시지가 내 하루를 .. 2025. 6. 27.